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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음에 대한 진지한 물음 <아쉬람>


 <아쉬람>은 한마디로 정의할 수 없는 영화다.
여성인권의 시각으로 본다면 더할 수 없는 성평등 영화이고, 종교를 중심에 둔다면 그 어떤 종교 영화보다 믿음에 대한 참 의미를 진지하게 묻는 영화이다. 또한 사회 부조리와 지식인의 자기 모순을 정면으로 고발하는 영화이기도 하다. 게다가 이 영화는 이토록 무거운 주제에도 불구하고, 짜임새가 치밀하고, 개연성이 높아서 작품의 완성도 또한 찬사를 받을만한 영화라고 생각한다.

 

비록 인도영화를 많이 보진 않았지만, <아쉬람>은 내가 그 전까지 보아온 인도영화에 대한 고정관념을 일순간에 깨어버린 영화이기도 하다. 그 고정관념이란 시도 때도 없이 나오는 춤과 노래로 관람자의 눈과 귀를 무리하게 충족시키려는 특유의 공연적(?) 요소, 또는 헐리우드와 경쟁한다고는 하지만 실상 줄거리나 포맷은 헐리우드 방식을 그대로 모방하거나 부분적으로 이식한 듯한 영화(발리우드)를 말한다.

<아쉬람>은 이런 류의 인도 영화와는 달리 시종일관 진지하고 또 진지하다. 그러면서도 줄거리의 재미와 긴장을 마지막 장면까지 잃지않는다.
하도 궁금해서 검색을 해봤더니 감독 '디파메타'는 역시 예상대로 여성이었다. 더구나 뉴델리대학에서 철학으로 석사와 학사 학위를 받은 인물이었다.
영화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신앙과 양심 사이에서 갈등하며 주고 받는 수많은 질문들은 분명 감독 자신이 종교와 철학을 공부하며 갖게된 의문일 것이다.

영화는 쭈이아라는 여덟살난 주인공이 결혼하자마자 과부가 되어 폐쇄적으로 운영되는 수도원 <아쉬람>에 들어가는 장면부터 시작된다. 그리고 거기서 만나는 또다른 주인공 깔라니와 나라얀의 사랑 이야기가 전면으로 전개가 된다.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멸시와 천대속에서 살아가는 여성들의 삶을 다큐적인 시각으로 현실감 있게 그린다. 영화를 관통하는 커다란 주제도 인도 여성들의 인권, 그중에서도 가장 낮은 곳에서 억압과 차별을 온몸으로 견뎌야 하는(지금까지) 과부들의 인권문제가 중심이라 할 수 있다.


영화는 한편으로 인도 카스트의 가장 상위층인 브라만 계급의 치부를 고발한다. 앞에서는 가장 부정하고 천하게 여기는 과부들을 은밀히 뒷문으로 불러들여 매매춘을 하고는 오히려 그것이 여성들에게 영광스런 일이라고 말하는 브라만. 그들을 보면 성추행이나 성매매를 하고도 그것이 성공한 남자들의 자연스런 권리인냥 말하는 한나라당 국회의원들이나 검사들의 모습이 오버랩된다. 또한 그들의 자녀들은 영국 유학을 하면서 배운 바이런의 저항시를 읊고, 위스키를 마시고 자유를 그리워 하면서도 그들이 가진 기득권은 절대 포기하려 들지 않는다.
영화 중반부에 깔라니의 언니 사쿤딸리는 과부 재가를 허용하는 법이 통과됐다는 사실을 알고 놀란다. "왜 우리는 그 사실을 모르는거냐"고 묻는 그녀에게 종교지도자는 이렇게 말한다.
"사람들(지배자들)은 자기에게 이득이 안되는 법은 무시하기 때문이다"라고. 놀랍도록 지금의 대한민국 사회와 정확히 일치하지 않는가.

하지만 이것만으로 이 영화를 다 설명했다고 말할 수는 없다.
여성인권 문제와 함께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참된 믿음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반복해서 물음을 던진다. 때로는 깔라니와 나라얀의 대화를 통해서 또는 깔라니의 친언니 사쿤딸라와 종교지도자와의 대화를 통해서, 그리고 간디의 음성과 가르침을 통해서.
"신상(神像)은 기도를 들어줄거라 생각하면서, 왜 구름은 못들을 거라 생각하지 않는거죠" -나라얀이 깔라니에게.
"깨달음(해탈)이 육체의 욕망을 벗어난 곳에 있는 것이라면 나는 아직 깨닫지 못했습니다" -사쿤딸라와 종교지도자
"신앙과 양심이 서로 부딪힐땐 무엇을 선택해야 합니까?"
"경전을 마음대로 해석하는 브라만은 절대 예우하지 말라고 했습니다" - 나라얀이 그의 아버지에게  

그리고 믿음의 자세에 대해 정수리를 찌르는 한마디는 뭐니뭐니 해도 마지막 장면에서 간디가 한 이 한마디 일 것이다.
"저는 오랫동안 신은 진리라고 믿었습니다. 하지만, 이제 전 진리가 신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제겐 진리를 찾는게 무엇보다 소중합니다. 여러분들도 마찬가지일 거라 생각합니다."

결국 진리를 향한 부단한 노력과 성찰이 없는 맹목적인 믿음이나 교리는 인간을 억압하는 도구로 작용할 뿐, 진정한 구도자의 길이 아니라는 것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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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4. 21. 0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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