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ebob의 세상 이야기

POST : 카테고리 없음

레미제라블... 후기

오늘 아침 아내와 함께 조조할인으로 레미제라블을 봤다. 
나는 보기와는 달리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서 눈물을 잘 짜는 편이라.. 단단히 마음 먹고 영화관으로 들어섰다. 휴지도 호주머니에 넣고..


잘 만든 영화.. 뛰어난 배우들의 연기와 영상미..어색한 구석을 찾아낼 수 없는 노래와 구성.. 특히 초반에 장발잔이 죄수의 신분으로 폭풍우 속에서 배를 끄는 장면이 장엄하고 인상적이었다. 바리케이트 위에서 기꺼이 죽음을 불사하며 마리우스의 친구가 외친 한마디가 기억에 남는다. 
"오늘 우리가 쓰러지면 내일은 다른 사람들이 자유를 위해 일어서리라"

중간 중간 슬픈 장면들에 눈물이 흐르기도 했지만, 격한 감동까지는 아니었다. 나는 사실 신파에 약하다. 영화는 자칫 신파로 흐르지 않도록 감정을 잘 억제했다. 
원작자인 빅토르 위고의 인간과 사회, 역사에 대한 이해의 깊이가 새삼 느껴지는 영화임이 분명했다. 깔끔했다. 흠잡을 데가 없었다. 
한데.. 그래서 한편으론 불편했다.

혁명과 사랑.. 인간의 내면에 존재하는 신성, 정의와 자비.. 
특히 체제에 저항하는 혁명의 속살과 정신까지도 자본은 완벽하게 파악하고 해부해서,, 그 정수를 끄집어 내어 상품으로 만든다.. 우리는 그저 돈 만원을 내고 혁명을 추억하며 스크린 앞에서 묵념할 수 있을 뿐인가? 
보아라.. 너희 미천한 인간들이 하는 모든 것...그 흔한 사랑과 체제를 무너뜨리고자 하는 위험한 사상과 혁명, 미래에 대한 꿈 마저 낱낱이 분석되고, 파악되어 있다..
영화는 담담히 이렇게 말해주는 듯 했다.

물론 그것은 정확히 말하자면, 부르주아 혁명이다. 봉건제와 왕정을 무너뜨리고, 가난을 물리치고 무한한 부와 번영을 추구하는 현실의 자본주의를 탄생시킨 혁명.. 그 혁명을 위해 뿌려진 피의 역사를 보여주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혁명을 포장한 상품이 지금 이 시대에도 여전히 재생되고 되새김질 되는 것은 여전히 빼앗기고, 학살당하는 민중이 있고, 무너뜨려야 하는 권력과 체제가 존재하기 때문일 것이다
아무리 분석되고 파악되고, 속살이 아니라 뼈속과 실핏줄 하나 까지 해부되더라도.. 체제를 위협하는 위험한 정신마저 제거하지는 못할 것이다. 왜냐하면 자본주의라는 체제를 위협하는 것은 다름아닌 자본주의 자체이기 때문이다.

top

posted at

2013. 1. 6. 20:21


CONTENTS

ssebob의 세상 이야기
BLOG main image

RSS 2.0Tattertools
공지
아카이브
최근 글 최근 댓글
카테고리 태그 구름사이트 링크